1권에 이은 히라노 게이치로의 범죄소설. 사실 범죄소설 이라기보다는 범죄 에 대한 소설이 더 가깝지 않을까. 작가의 작풍을 느긋하게 보여주던 1권에 이어서 2권 부터는 기어를 바꿔넣고 속력을 내기 시작한다. 밤죄 에 대한 소설이라고 했듯이 누가 어떻게 했고, 어떻게 잡히고 어떻게 사건이 풀려 가는 것은 중요하게 보여지지 않는다. 처해진 상황에 대한 주인공의 사변, 살인 사건에 반응하는 일본의 미디어, 뿌리깊은 보수적 공무원 사회, 피해자와 가해자의 가족들에 쏟아지는 무형의 폭력들, 어쩔 수 없이 돌아보게되는 사회의 불평등, 사형제의 찬반 의견등, 한 사회에서 살인이 벌어질때 발생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작가의 묘사는 선명하다 못해 서늘하다. 폭력과 범죄에 대한 글읽기 이외에도 분인주의 라고 해설되는 작가의 철학이 형상화 된 듯한 주인공의 심리 또한 매력적이다. 읽을수록 빠져들게되는 작가다. 바로 다른 책을 리스트에 넣게 된다.
무자비한 절망과 악의, 그 속에서 현대사회의 ‘죄와 벌’을 묻는다
날선 문제의식으로 무장한 품격 있는 범죄소설의 등장!
1999년 교토 대학 재학 당시 장편소설 일식 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 ‘미시마 유키오의 재래’라는 격찬을 받았던 히라노 게이치로의 신작. 일식 달 장송 의 로맨틱 3부작 이후 한동안 단편 창작에 집중했던 그의 작품세계에 새로운 방점을 찍은 대작 장편소설이다. 천재성이 엿보이는 특유의 현학적인 필치와 한층 짙어진 문제의식을 토대로 범죄로 인한 개인 혹은 사회의 분열과 파국을 심도 있게 담아내,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히라노 문학의 집대성이라는 평을 받았다.
지방도시에서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회사원 사와노 료스케와 엘리트 공무원인 형 다카시. 어느 날 출장지 오사카에서 갑자기 실종된 료스케가 얼마 후 의문의 범행성명문과 함께 일본 각지에서 토막사체로 발견된다. 동생을 마지막으로 만났다는 이유로 다카시는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비슷한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범죄의 파문은 사회 전체로 번져나가는데…… 걷잡을 수 없는 악의와 도쿄를 덮친 무차별 테러, 마침내 드러난 살인자의 정체는?
결괴 는 인간 심리의 어두운 극단을 그리면서도 명징한 현실성을 지닌 소설로 완성되었다. 대상과 동기가 없는 살의뿐 아니라 익명의 살인을 부추기는 범행성명문이 등장해 걷잡을 수 없는 사회적 혼란을 유발한다. 소설은 각종 매스컴과 외부인의 눈을 통해 범죄자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행하는 한편 사건 피해 당사자들의 무너진 일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담담하게 이어지는 초반부의 가족 서사는 그로 인한 비극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이어서 범죄의 파문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남기는지를 현실의 어떤 매스컴도 보도하지 않을 영역까지 헤집고 들어간다.
범죄가 불러오는 사회적 반향과 파문 외에 히라노 게이치로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의 문제에도 눈을 돌린다. 범죄의 동기나 과정을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한 무차별 살인, 테러가 횡행하는 지금, ‘악’의 존재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해야 하는가란 물음이다. 결괴 는 이에 대해 종래의 철학적, 종교적 정의에서 벗어난 새로운 결론을 암시한다.
족의 비극을 서스펜스 스릴러의 형식으로 그려낸 결괴 는 이같이 섬뜩한 의문을 독자들에게 던지며 끝을 맺고, 그 울림은 결코 가볍지 않게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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