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경시인의 시를 처음 접했다.알 듯 말 듯 아는 척 하는 것 같은데 모르는 척 하고 있는 불안감. 나는 아니라고 하면서 넘겨버렸다.해설을 통해 느껴지는 그와 그의 시는 아팠던 아픈 사람이다. 아픔을 토해내지만 점잖다고 할까. 인생을 일찍이 알아버렸다는 그에게 고독을 감각한다는 것은 평범함이었을까. 준비가 되면 다시 읽어보고 싶다.자세히 읽을 용기가 아직 없다. 내 마음을 들킨 것 처럼 심장이 무겁게 멈추는 듯하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독특한 창의 가락으로, 세상 한편에 들꽃처럼 피어 있는 누추하고 쓸쓸한 마음에 대해 노래한다. 그의 마음 시편들은 사라져가고 버림받고 외롭고 죽어 있는 모든 마음들을 따뜻한 모성의 육체로 애무하고 품는다. 그리하여 이 세상의 긁히고 갈라지고 부러진 남성성을 탁월한 여성성의 이미지로 잉태해내고 있다.
1.
공터의 사랑/불우한 악기/불취불귀(不醉不歸)/울고 있는 가수/정든 병/흰 꿈 한 꿈/마치 꿈꾸는 것처럼/연등 아래/상처의 실개천에 저녁해가 빠지고/저무는 봄밤/명동, 카바이드불/혼자 가는 먼 집/저 잣숲
2.
저 나비/무심한 구름/사랑의 불선/바다탄광/산수화/쉬고 있는 사람/아버지의 유작 노트 중에서/골목길/서늘한 점심상/먹고 싶다…/씁쓸한 여관방/산수화/아직도 나는 졸면서/하지만 애처러움이여/갈꽃, 여름/늙은 가수/정처없는 건들거림이여/왜 지나간 일을 생각하면/저 산수가
3.
저 누각/청년과 함께 이 저녁/도시의 등불/표정 1/가을 벌초/표정 2/꽃핀 나무 아래/봄날은 간다/기차는 간다/한 그루와 자전거/원당가는 길
4.
저 마을에 익는 눈/등불 너머/저 문은 어디로 갔을까요/나를 당신 것이라/거름비/불귀/시/남해섬엣 여러 날 밤/유리걸식/세월아 네월아/저이는 이제/산성 아래/내 속으로/백수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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