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60명이 내놓은 180편의 시, 소설가와 평론가가 말하는 왜 쓰는가 에 대한 저마다의 답변. 이 구성만으로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한국 시의 현재를 볼 수 있고,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다양한 답변을 들을 수 있으니까. 이 책은 한국작가회의 40주년을 맞아 행사준비위원회가 마련한 책이다. 이 책을 바탕으로 세미나와 시낭독회 행사도 열렸다고 하니, 책 자체만으로 존재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도가 높은 책이 된 것이다.
신구新舊를 아우르는 가능한 최대로 다양한 성향의 시인들에게 1.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2.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자신의 시, 3.낭독하기에 좋은 시, 그렇게 세 편을 보내주십사 부탁하여 순서대로 수록하고, 젊은 소설가 젊은 평론가들에게 왜 쓰는가? 질문을 공히 던져, 평론이 발표된 소설을 들여다보고 발표된 소설이 그 평론에서 자신의 사후를 확인하는 시간의 방식 대신 소설가와 평론가가 동시에 서로를 들여다 보는 공간의 방식을 선택, 그 답변들을 섞었다. 그래서 책 제목이, 세 겹으로 만나다; 왜 쓰는가. (4쪽)
이 책이 어떤 식으로 구성된 것인지 알고 보면 더욱 의미가 있다. 유명한 시인부터 약간은 생소한 작가까지, 한 권의 책에 포괄적으로 어우러져 담겨 있다. 시인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과 대중이 사랑한 시를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일반 독자로서 시인의 대표작은 조금은 생소한 느낌이 들었고, 오히려 대중이 사랑한 시에서 익숙함을 느끼게 되니, 시인 자신도 그 괴리감을 느끼리라 생각된다. 2014년 현재, 활동하는 시인들의 폭넓은 작품 세계를 한 권에서 압축해서 만나보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책을 매개로 그 해의 대표적인 문학 흐름을 짚고 넘어가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한편 소설가, 평론가는 왜 쓰는가 라는 질문 아래 모였다. 얇은 구성의 책이지만, 글을 음미하게 되는 속도는 전혀 다른 책이다. 어떤 작품 앞에서는 꽤나 오래 머뭇거려지고, 내 안에 남는 글귀 또한 다양한 책이었다. 지금 현재 한국 문학의 모습을 바라보는 데에 의미가 있었다. 문학을 하는 사람들의 끝없는 고뇌를 떠올려보는 시간이다. 이들의 글을 바라보며 현재 문학의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해보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시인, 소설가, 평론가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책. 시인 60명이 내놓은 180편의 시, 소설가 8명이 내놓은 왜 쓰는가 에 대한 저마다의 답변, 또 평론가 4명이 내놓은 왜 쓰는가 에 대한 답변을 섞어 엮은 책이다.
시인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자신의 시 , 낭독하기 좋은 시 를 직접 골라 내놓았다. 고은, 민영, 신경림 등 40여 년 시를 써온 원로시인부터 이성복, 정호승, 김혜순, 김사인, 채호기, 황인숙, 안도현, 나희덕, 이병률, 문태준, 황병승, 강정 등 자신만의 단단한 시세계 안에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시인들, 그리고 이설야, 유병록, 박준 등 그 뒤를 잇는 길을 막 걷기 시작한 풋풋한 신진시인들까지 다양한 성향의 시인들이, 직접 골라 내놓은 자신의 시로 한 시간, 한 공간 안에 모인 셈이다.
한편 소설가, 평론가는 왜 쓰는가 라는 같은 질문 아래 모였다. 평론이 발표된 소설을 들여다보고, 발표된 소설이 그 평론에서 자신의 사후를 확인하는, 교차되는 시간의 방식 안에서 소설가와 평론가는 서로 닿을 일이 없다. 쓰는 일을 업으로 삼는 소설가와 그 글에 대한 평을 업으로 삼는 평론가가 쓰다 라는 교집합 안에서 만난 것이다.
머리글 | 세 겹으로 만나다; 왜 쓰는가 4
고은 14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 / 문의마을에 가서 / 화살
민영 19
龍仁 지나는 길에 / 엉겅퀴꽃 / 이 가을에
신경림 23
농무 / 가난한 사랑 노래 / 이 땅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위하여
천양희 27
직소포에 들다 / 마음의 수수밭 / 불멸의 명작
강은교 31
아벨 서점 / 우리가 물이 되어 / 너를 사랑한다
한창훈 36
브레히트를 위하여
정희성 42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몽유백령도夢遊白翎圖
문인수 46
꼭지 / 쉬 / 앉아보소
김준태 49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 / 참깨를 털면서 / 체옹 에크Cheoung
이하석 53
부서진 활주로 / 김씨의 옆얼굴 / 연어
정호승 58
자작나무에게 / 수선화에게 / 바닥에 대하여
조재룡 61
창작, 비평, 번역은 왜 하나인가? ― 왜 쓰는가에 대한 궁색한 답변
최정례 69
3분 동안 / 칼과 칸나꽃 / 레바논 감정
이성복 75
정선 / 極地에서 / 절개지에서
강형철 79
가장 가벼운 웃음 / 도선장 불빛 아래 / 출향出鄕
김혜순 83
인플루엔자 / 지평선 / 정작 정작에
김형중 89
안광은 ‘항상’ 지배를 철한다 ― 도대체 왜 쓰는가
백무산 96
노동의 밥 / 동해남부선 / 멈추게 하려고 움직이는 힘들
이진명 101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 여행 / ‘앉아서마늘까’면 눈물이 나요
김사인 107
풍경의 깊이 / 노숙 / 바짝 붙어서다
채호기 111
음악 / 얼음Ⅷ B-15 빙산 / 화가와 모델과 그
황인숙 119
슬픔이 나를 깨운다 / 강 / 남산, 11월
김선재 123
여기가 아닌 거기, 혹은 거기가 아닌 여기
송찬호 129
칸나 / 채송화 / 찔레꽃
박철 133
달 /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 작은 산
조은 138
따뜻한 흙 / 지금은 비가…… / 문고리
안도현 142
일기 / 너에게 묻는다 / 바닷가 우체국
김해자 146
축제 / 데드 슬로우 / 아시아의 국경
김종훈 149
벚꽃을 다루는 방식
안상학 154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 아배 생각 / 얼굴
조용미 158
자미원 간다 / 불안의 운필법 / 어두워지는 숲
문성해 163
자라 / 각시투구꽃을 생각함 / 산수유국에 들다
이정록 167
머리맡에 대하여 / 의자 / 더딘 사랑
김주대 172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 / 노약자석 웃음 두 개 / 2014년 4월
함돈균 175
국경에서 벌어지는 비평이라는 ‘개입’
조말선 182
화분들 / 손에서 발까지 / 노을
임성용 186
하늘공장 / 11월 / 발
나희덕 190
풀의 신경계 / 푸른 밤 / 심장을 켜는 사람
박형준 195
저곳 /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 불에 타는 은행나무
김소연 200
수학자의 아침 / 그래서 / 오키나와, 튀니지, 프란시스 잠
김태용 206
물과 견주어 보면
이병률 213
장도열차 / 별의 각질 / 아무한테도 아무한테도
이원 218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영웅 / 사람은 탄생하라
이장욱 227
괄호처럼 / 토르소 / 반대말들
황규관 232
예감 / 먼지 / 인간의 길
문태준 236
맨발 / 가재미 / 꽃들
김숨 240
외팔의 소녀에 대하여
손택수 247
새 / 아버지의 등을 밀며 / 저물녘의 왕오천축국전
김행숙 251
목의 위치 / 다정함의 세계 / 에코의 초상
황병승 255
주치의 h / 첨에 관한 아홉소ihopeso 씨氏의 에세이 / 자수정
강정 263
활 / 키스 / 물의 자기장
박성우 268
물의 베개 / 삼학년 / 바닥
조수경 272
고백성사
김사이 278
나방 / 무엇을 위하여 종은 울리나 / 보고 싶구나
김언 282
이보다 명확한 이유를 본 적이 없다 / 미학 / 말
이영주 288
공중에서 사는 사람 / 시각장애인과 시계 수리공 / 기도
유형진 292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바나나파이를 먹었다 / 겨울밤은 투명하고 어떠한 물음표 문장도 없죠 / 번외番外의 야드yard
하재연 299
로맨티스트 / 안녕, 드라큘라 / 회전문
손보미 304
고양이의 보은
정한아 311
론 울프 씨의 혹한 / 그렇지만 우리는 언젠가 모두 천사였을 거야 / 성聖 토요일 밤의 세마포
김은경 318
불량 젤리 / 비박 / 스모크
김민정 323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 젖이라는 이름의 좆 / 시집 세계의 파편들
이용임 328
안개주의보 / 연애의 시간 / 악사들
이설야 332
백마라사白馬羅紗 / 식물들의 사생활 / 날짜변경선
정용준 338
그것에 대해 소설로 쓰기
신동옥 344
악공, Anarchist Guitar / 빈집 / 친친
김중일 349
흐린 책 / 나의 절반 / 눈물이라는 은색 지퍼
백상웅 354
도계 / 오래된 테이프 / 마루 밑
서효인 358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 여수 / 마그마
유병록 362
붉은 달 / 두부 / 구겨지고 나서야
박준 366
환절기 /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 당신에게서
정지향 370
모니터키드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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