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황제의 코담뱃갑


과거 우리나라에서 출간되는 추리소설들은 주로 아동들이 읽는 전집에 맛보기로 수록된 것들이 전부였다. 신진출판사나 계몽사등에서도 존딕슨카의 작품이 "해골성의 괴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실려있었는데삽화마저 일본출판사를 통으로 베낀것이었고 70년대를 감안하면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뒤에도 수많은 미스터리 전집이 출간되었지만 간략히 촌평해보자면, 첫째, 동서미스터리북스(DMB)이걸로 입문한 분들이 많다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그 극악한판형과 폰트, 스리고 일본식 중역판의 한계는 심각할 지경이었다. 둘째, 해문사아가사 크리스티 시리즈로 유명한 미스터리 전문 출판사였고 동서보다는 번역의 질은다소나아졌지만 역시 판형과 편집은 괴랄한 수준이었다. 이후에 다시 출판된 커진 판형은번역과 폰트등 확실히 개선된 점은 있었으나 그래도 자랑스럽게 내놓기엔 모자란 면이 적지않다.셋째, 황금가지비로소 우리나라에도 쓸만한 미스터리 시리즈가나왔다 싶었으나 아뿔싸! 이 시리즈의 치명적 단점은 번역 이었다. 원어를 직역한것은 좋았으나, 도리어 동서나 해문사의 일본중역만도 못한 서툰 문장으로 독자의 기대를 저버린다. 번역자나 출판사도 할말은 많겠지만 무수히 많은 독자들이 이 점을 지적한다는건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이다.그리고,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엘릭시르를 칭찬하기위해 이 긴글을 써왔다.(나는 출판사와 아무 관계없는 일반인이다)작품선정, 판형과 편집, 삽화 등등 모든것이 뛰어나지만 역시 이 시리즈의 압권은 번역 이다. 국내 미스터리 아니 다른 분야의많은 책들을 뒤져봐도 이렇게 뛰어난 번역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매끄럽고 훌륭하면서도 원작의 문장이나 단어 하나도 훼손하지 않으려 고심하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이런 책은, 번역자의 미스터리에 대한 애정과 외국어에 대한 이해, 그리고 출판사의 열정 없이는 나올수 없는 하나의 작품이라는 말로찬사를 갈음하겠다.★ 그런데 왜 별점 하나씩 제했냐고?내용에서는 주인공 이브가 사건이 일어나던 밤 뒷문 밖 계단을 오르내리는 묘사가 어색하게느껴진다. 이것은 역자의 실수일 수도 있고 외국의 집 구조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것일수도 있다. 옥의 티라고 흠을 잡아본다.편집에서는 책의 겉장과 속지가 붙은 부분의 아교가 떨어져서 덜그럭거린다. 본문은 이른바 떡제본이 잘 되어있어서 괜찮은데 어쨌든 새 책임에도 불구하고 실망스럽다. 이 부분 시급한 개선이 필요해보인다.음. 그러고보니 황제의 코담뱃갑 은정작 어떠했는지안썼다.구구한 설명없이 그냥 한번 보시라. 한마디로, 클래식의 반열에 오를만 하다는 말로 긴 글을 맺는다.
황제의 코담뱃갑 은 카의 작품을 얘기하면서 빠뜨릴 수 없는 작품이지만, 반면 카의 작풍에서 멀리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밀실이나 오컬트 설정은 찾아볼 수 없으며 사건에서도 불가능 범죄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보통 카의 작품은 음침하고 무거운 공기를 품고 있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 작품은 어쩐지 경쾌한 아침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이런 느낌 때문인지 카의 팬들 사이에서 호오가 갈리기도 하지만 같은 이유로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