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기억
1923년 9월 진토대진재(관동대지진)가 있고 며칠 뒤 한밤중에 갑자기 자경단이 들이닥쳐 묻는다. “조센진이지!”, “아니오!”, “말투가 다른데, 뭘.”, “그거야 당연하죠. 난 오키나와 사람이니 당신들이 쓰는 도쿄말과 다를 수밖에.” 말 한마디에 창과 칼이 겨누어졌다가 사라지는 그 순간. 목숨이 그들에게로 갔다가 나에게로 돌아오는 순간. 내 목숨을 남들이 함부로 내놓으라고 위협하는 것 또는 국가가 다른 이들의 목숨을 공개적으로 빼앗는 것. 이것이 바로 군사적 폭력이 아닐까?
『전장의 기억』에서는 군사적 폭력 아래 고통 받았던 전선에서 전장이 되어버린 류쿠를 이야기한다. 야마토(일본 본토)인이 되기 위한 근대화, 야마토화를 외치며 스스로를 개조해나갔지만 여전히 야마토와 류쿠는 결합할 수 없었다. 결국 보이는 차별과 냉대 끝에 류쿠인들은 스파이로 몰려 처형당하거나 섬 전체가 기아 때문에 소철을 먹다 독에 중독 되어버리는 배신을 당했다. 그렇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류쿠로써 희생자들의 명예와 진실을 규명하기보다는 태평양 전쟁의 순국자로써 보상과 명예를 얻으려고 노력했다.
어디에서부터 과연 잘못된 것일까? 시마즈번에 강제로 합병된 류쿠왕국의 1609년이라는 과거가 아니면 오키나와 전투에서 억지로 옥쇄(玉碎)하여 신사에 희생자들을 모시려는 현재가 잘못된 것일까?
탁월한 현실주의자와 실용주의자의 눈으로 본다면 오키나와가 일본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는 일이며 오키나와 섬에서 미군이 철수하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오키나와인들은 꿋꿋이 일본인이 되어야한다. 생활계몽이라는 이름 아래 류쿠어를 쓰는 아이에게 벌을 주고 표찰을 쓴 채 하루종일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는 일. 표찰을 하루빨리 벗기 위해 다른 아이들이 말을 감시하고 친구들을 고발하는 일. 이런 일들은 일본인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니까 따라야 한다고 그 똑똑한 현실주의자들과 실용주의자들은 말할 것이다.
순간 군사적 폭력의 위협 아래 평생 자기 자신에게 부끄러운 행동과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지만, 그래 눈앞에서 총칼이 제 목숨을 드러내놓고 위협한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살고 있는, 내 아들과 딸이 살아갈 현재와 미래를 군사적 폭력이 설치게 놔둘 수 없지 않는가? “그 순간에 너희들이 거기 있었다면 그랬을 거 같아?”라는 물음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지만 전장의 기억들을 비판하고 조금이라도 반성하는 것은 현재와 미래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이 책과 내가 할일이 그런 게 아닐까?
일본과 한국이 풀어야할 역사적 과제와 우리 인간이 풀어야할 여러 가지 비극들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1995년 당시 일본은 전후 50년을 맞아 전후 책임에 대한 담론이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었다. 이 책의 지은이 도미야마 이치로 역시 전후 50년이라는 하나의 역사적 매듭을 계기로 그간 자신이 전쟁과 전사(戰死)를 주제로 써왔던 글들을 모아서 그 해 8월 15일 전장의 기억 이란 제목으로 출간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1부에 해당하는 전장의 기억 이다.
도미야마는 일본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5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전장의 기억은 희미해진 것이 아니라 일상으로 이월되었으며, 또한 진부한 일상에서 전장이 준비된다고 역설한다. 그렇다면 지은이는 왜 전쟁이 아닌 전장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근대의 전쟁은 모든 공간을 전장으로, 모든 인간을 병사로 만들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지은이는 폭력을 예감하는 하나의 장(場)으로서 전장을 설정하고 있다.
우리의 역사와 현실 속에서는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전장에서 이월된 폭력이 망령처럼 들러붙어 있으며, 끊임없이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그 진부한 일상에서 또 다시 전쟁 동원이 준비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 하나 지은이의 생각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폭력의 주체와 객체를 모두 문제삼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폭력의 주체와 객체를 단순하게 가해자 와 희생자 로 묘사해 버리는 것을 경계한다.
한국어판 서문
지은이의 말
1부 전장의 기억
1장 전장을 사고하는 것
1. 일상에서 전장으로
2. 일본인 되기
3. 전장 동원
4. 전장을 말한다는 것
2장 전장 동원
1. 서문
2. 참가와 규율화
3. 제국의식
4. 일본인이 된다는 것
5. 전장 동원
6. 전장
3장 전장의 기억
1. 증언의 영역
2. 전장 체험
3. 오키나와 전투의 기억
4. 학살의 기억
5. 기억의 분절화
6. 침묵
4장 기억의 정치학
1. 전장에서 일상으로
2. 기억의 정치학
3. 에필로그: OKINAWA JINTA
2부 폭력의 예감
5장 폭력의 서술: 프란츠 파농
1. 역사의 거부
2. 비―역사 또는 우리들의 역사
3. 적의를 품은 자연 또는 사악한 바람
4. 전장과 임상치료
5. 전장의 서술
6장 류큐인이라는 주체: 이하 후유
1. 폭력의 예감
2. 류큐인이라는 주체
3. 주체의 행방
4. 아넷타이/아열대
7장 폭력의 예감
1. 법 안에서의 발화
2. 제국의 위기와 구제의 법
3. 지속되는 위기
지은이 주
옮긴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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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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